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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백종관_확신하지 않는 돌  PAIK Jongkwan_A Rock without Conviction

확신하지 않는 돌 

백종관
  


* “엄청 멀리 왔지”

    <돌과 요정>에는 돌을 찾는 사람들 혹은 돌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돌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사금을 찾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운석의 흔적을 찾는 일이 그들의 신념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행위가 된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돌에 대한 애정과 어떤 믿음은 대상과 형식이 다를 뿐 우리의 일상에서-인류의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돌과 요정>의 마지막 부분, 미국의 외교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하여 선물로 그들의 달 탐사대가 채집해 온 월석을 전달하는 장면이 그러한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월석이 우호 증진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은 달(거대하고 매우 특별한 또 하나의 돌)이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많은 문화권에서 종교적으로, 동시에 하나의 과학적 연구 대상으로 대표되는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임영주 작가는 <돌과 요정>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믿음’의 작동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돌을 ‘요정’으로 여기는 이들을 담은 장면에서 인터뷰 내용과 상관없는 모습을 보여주거나(펜 돌리기), 돌과 관련없는 발언을 삽입하기도 하고(한국 인터넷의 역사에 대해), 돌에 대한 ‘믿음’의 체계에 균열을 일으키는 질문들을 들려주기도 한다(진주시 미천면 주민들). “오두”님(한국전통고래문화연구소 소장)과 함께, 운석이 떨어졌던 곳을 찾아간 임영주 작가에게, 미천면에 살고 계신 할머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엄청 멀리 왔지. 엄청 멀리 왔는데, 보고 가면 뭐에 쓸데가 있어요?”. 미천면 할머니가 “엄청”, “멀리” 왔다고 지시한 대상은 운석의 흔적을 찾아 온 사람들이지만, 반복되는 두 개의 부사는 <돌과 요정> 전체에서 믿음을 구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믿음의 대상과도 공명한다. 더불어 이것은 관객과 영상 속 인물 간의 거리에 대한 은유가 된다. 가늠하기 힘든 “엄청” 먼 곳에서 날아온 돌을 찾아 “엄청 멀리” 돌아다니는 이들의 모습은, 할머니의 그 언어가 발화되는 순간 관객의 몰입으로부터 더 멀어진다. 그리고 그 틈새에 사유의 여지가 생겨난다.  


* “떨어진 돌은 확신이 없었다”

   돌에 대한 ‘믿음’의 균열은 영상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을 통해서 증식한다. 작가의 개별 취재 사례들은 몇 개의 장면들로 조각내어진 후 불규칙적으로 이어져 있는데, 과장된 발성의 내레이션이 그 틈새를 채운다. 그런데 내레이션의 주체가 불확실하다. <돌과 요정>에는 인터뷰이들의 목소리 외에 임영주 작가의 목소리, 남자 성우의 내레이션, 여자 성우의 내레이션이 들어가 있는데 특히 여자 성우의 정체가 묘연하다. 여성 내레이션은 의미를 알기 힘든 소리를 뱉어내는가 하면(해.. 해.. 해..), 연출자의 입장에서 인터뷰 대상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모노님은 왜 모노에요?), 남성 내레이션과 같이 전지적인 위치에서 말하기도 하며(인간이 처음 해를 보았을 때 해는 신이었다), 아예 인터뷰 대상에 빙의하기도 한다(결혼해서 자식들 생기면 보여줄 거에요). 이쯤되면 내레이션의 주체를 따지는 일은 불가능해 지고, 관객은 ‘확신’할 수 없는 입장에 놓인다. 
   “떨어진 돌은 확신이 없었다. 요정님을 만나야 했다”. <돌과 요정>의 앞 부분, 영상을 여는 자막의 내용이다. 관객 뿐만 아니라 “돌”도 확신이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돌’을 찾아 다니고 발견한 돌에 ‘요정’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돌과 요정>에 등장하는 ‘사람’들인데, 자막의 내용을 따르자면 돌을 찾는 사람들은 돌 그 자체가 된다. ’요정’을 갈구하는 존재는 영상 속에서 하나가 아닌 다양한 사물/사람들로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 되고, 관객은 그 존재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 <돌과 요정>에는 “확신이 없었다”. 여기서 <돌과 요정>이라는 ‘영화’는 “돌”로 치환된다. ‘ 확신’이 없는 이들, 무언가 대상을 찾아 그것을 요정이라 부르고 믿음을 구하려는 이들은 스크린 안과 밖에 모두 존재한다. 


* “어두워야 한다”

   임영주 작가의 또 다른 목소리로서 전능한 입장에서 말을 잇는 남자 목소리의 내레이션은, 갈구하는 대상을 찾기 위해서는 어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어두워야 한다”). 이 조건은 <돌과 요정>에서 ’돌’을 찾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이지만, 전통적인 관람 환경에서 ‘영화’를 보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확신’을 다루면서, 확신할 수 없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돌과 요정>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중간중간 등장하는 시네마틱한 - 매혹적인 이미지들이다. 밤의 어둠 속에서 입수를 준비하는 다이버들의 보일듯말듯한 실루엣, 그들이 운석을 찾기 위해 물 속에 들어간 후 촬영한 이미지들, 어두운 물 속의 물방울과 부유물들로 인한 빛의 산란 속에 또 다른 요정이 숨어있다. 
   <돌과 요정> 속의 인터뷰, 내레이션, 이미지들은 뚜렷한 하나의 서사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 각각의 요소들은 어떤 ‘확신’으로 합쳐지지는 않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고유한 빛을 발한다. 사금 동호회 사람들의 인터뷰 장면에서는 사금 채취 모습을 담은 롱숏(long shot) 뿐만 아니라 의미가 묘연한 클로즈업 숏이 함께 붙어 있는데 이런 클로즈업도 <돌과 요정>에서는 걸러내야 하는 모래가 아니라 사금과 같은 존재로 기능한다. 평범하지 않은, 맥락을 수축하고 즉시 새로운 맥락을 이어가는 <돌과 요정>의 편집은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돌과 요정>은 돌에 대한 믿음, 그 ‘확신’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반추하는 기획을 진행함과 동시에 영화라는 예술 형식 자체에 관객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기대, 믿음으로부터 비켜선 후 어둠 속으로, 더 근원적인(“우주가 탄생”한) 지점을 추구하며 나아간다.

백종관 
1982년 수원 출생.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일상의 이미지와 사운드를 수집하고 활용하여 그것들의 사회적 맥락에 대해 고민하고,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사유하는 작업을 주로 진행한다.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영상 제작과 이미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크리스 마커의 디지털 이미지를 분석한 논문(“기억과 역사에 대한 성찰로서의 이미지”)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순환하는 밤>(2016,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감독상), <와이상>(2015), <극장전개>(2014), <양화>(2013), <이빨, 다리, 깃발, 폭탄>(2012)등의 영화를 만들었다.

 

A Rock without Conviction
                                                                                                                             
PAIK Jongkwan, film director

“Came from very far.”

In Rock and Fairy, people in search of a rock suddenly emerge. For these people, a rock is an actual being with a significant meaning. Searching for gold or a meteorite is an act that stimulates and reinforces their conviction. Their affection and belief in a rock are far from being ordinary. This case just differs in subject and form which is not an uncommon observation in our daily lives and the history of humanity in general. For instance, in the last part of Rock and Fairy, there’s a scene in which a U.S. diplomatic mission delivers a Moon rock fragment collected from a moon exploration mission during a celebratory visit to South Korea. This scene symbolically represents the aforementioned idea. The fact that the lunar rock is able to function as a means of promoting friendship is because it is a representative ‘idol’; an object of religious or scientific study in many cultures and regions, including the U.S. and South Korea.

In Rock and Fairy, the artist not only manages to fragmentarily convey the concept of ‘belief’ in a certain subject but also continues to deliver more aspects. A scene in which people regard the rock as a fairy is interwoven with other scenes of an interview (with footage of a spinning pen) and an irrelevant comment such as the history of the Internet in Korea. And the residents of Michun-myun in Jinju put this belief into question which causes cracks in the belief system of the explorers. An elderly woman who lives in Michun-myun talks to the artist who went to the spot where the meteorite had fallen together with Mr. Odu, the researcher of the Korean Traditional Whale Culture Institute. She said, “Came from very far. Very far away, indeed. But what’s the point of actually seeing it?” Although the old lady mentions about “a being coming from very far,” she’s referring to the folks that came in search of traces of the meteorite. The use of consecutive adverbs resonates with not only the people who pursue this belief, but also the entire subject of this belief in Rock and Fairy. Moreover, these adverbs become a metaphor for the distance between the viewers and the characters of the video. The appearance of those who travelled from ‘very far’ is being pushed further away from the immersion of viewers right at the moment when a locutionary act by the lady takes place. Within this gap, the beginning of contemplation occurs.

“The Rock was Not Sure.”

The cracks in this belief multiply, not only because of the content, but also the format of the video. The artist presents individual cases by dividing them into several scenes and irregularly connecting them, combined with exaggerated narration that fills the in-between gaps. And yet, the subject of narration is quite ambiguous. Besides the voices of the interviewees, Rock and Fairy features the narration of the artist as well as of a voice actor and actress. But the identity of the mysterious voice actress is intriguing. The female narrator utters incomprehensible sounds like, “hae… hae… hae…” and asks questions to the interviewee from a director’s position like, “Why is your nickname Mono?”. She sometimes speaks from the third person omniscient point of view of the male narrator. “It was God when humans had seen the sun at first sight.” She even talks on behalf of the interviewees. “I will show them to my kids in the future.” At this point, figuring out the subject of narration becomes impossible and the viewers are put in a position where they are unable to be convinced.

“The rock wasn’t sure. He had to meet the fairy” is the first line in the opening scene of the video Rock and Fairy. Not only the viewers, but even the rock has found itself in a situation without conviction. Although the ones who look for ‘the rock’ and designate it as a fairy are the actual people appearing in the video, the content of the script makes it sound as if the people who look for the rock actually become the rock themselves. The being that desires to have a fairy can be translated as various objects and people in the video and hence, the viewers are positioned in a state where they’re unable to be convinced of that being. Rock and Fairy is ‘a movie’ that isn't convincing at all. There is no conviction. Here, the movie is replaced with the rock. The people with no conviction, those looking for a certain subject and calling it a fairy, exist both on and off screen. 

“It is supposed to be dark.” 

The male narrator speaks from the third person omniscient point of view of the artist and says that in order to find a subject darkness is necessary. “It is supposed to be dark.” Though it is a required condition when looking for a rock, it’s also a required environment when watching an actual movie. While the video deals with conviction in a very unconvincing way, tension is created with the occasional appearance of captivating, cinematic images. The fairy can also be found in barely visible silhouettes entering the darkness of night as well as in the images filmed after getting in the water in search for the meteorite and in the scattered light reflected by air bubbles and dust in the darkness of water. 

The interviews, narrations and images in Rock and Fairy do not serve one clear narrative. Each element doesn’t go hand in hand with a certain ‘conviction’, yet each one of them radiates its own light. In an interview scene with the placer gold club members, a long shot of people collecting gold is followed by a vague close-up shot. This type of close-up shot functions as a being just like gold and not as sand that needs to be filtered. The editing of Rock and Fairy, in which the context is being extracted and replaced by a new one, endlessly tosses a question about belief at the viewers. Thus, Rock and Fairy proceeds with a plan that ruminates on the belief in a rock and adopts a stereoscopic perspective on the structure of that conviction. Simultaneously, it steps aside from the general expectations of the viewers that a movie is an artistic form in itself and moves forward, into darkness, pursuing the more fundamental (such as the creation of the universe). 



PAIK Jongkwan
Born in Suwon in 1982, Paik Jongkwan received his BFA in Psychology from Chung-Ang University and MFA in Film from The Graduate School of Communication and Arts at Yonsei University. For his master thesis, he analyzed the digital image of Chris Marker. He collects images and sounds in our daily life, working through the process of contemplation of their social context and - simultaneously - of the materiality of the film medium. He continues to produce experimental films based on research with in-depth study of images. His films are: Cyclical Night (2016), I-Image (2015), Unfold the Theater (2014), Willow Flower (2013), and Frequency Resonance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