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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차르르 차르르EXHIBITION_Ghost White (#F8F8FF Opacity 75%)


임영주 개인전 2020. 11. 4 ~ 2020. 11. 26
차르르 차르르
Ghost White (#F8F8FF Opacity 75%)
 
갤러리조선은 2020년 11월 4일부터 11월 26일까지 임영주(IM
Youngzoo)의 개인전 <차르르 차르르 Ghost White (#F8F8FF Opacity
75%)>를 지하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임영주는 오늘날 사회의 미시적 차
원에 존재하는 믿음과 주술의 세계를 영상,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탐구해왔다. 갤러리조선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개인전인 이
번 전시는 이와 같은 작가의 관심에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는 주로 편안함
이나 위안을 만들어내는 대중적이고 통속적인 이미지나 표상을 조사한다.

<차르르 차르르>라는 전시의 제목은 최근 한 블로거에 의해 만들어져서
유행하게 된 차르르 커튼이라는 반투명의 하얀 커튼을 지칭하는 말에서 따
온 것이다. 작가는 “차르르”라는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의성어를 원래의
맥락으로부터 떼어내서 소박한 주술적 기능을 가지는 언어로 활용한다. 전
시는 이처럼 통속적 기호의 분절 및 재배열과 관련이 있다. 전시는 차르르
커튼 외에도 대중문화나 소비문화 혹은 한국의 토속신앙 내부에 속해 있는
여러 기호들을 유닛 단위로 차용하여 전시장 안에 뒤섞어 새로운 형태로
배열하고 재조합한다. 맥락이 서로 다른 기호들을 하나의 전시 안에 뒤섞
는 임영주의 방법은 마치 서로 다른 음악가의 곡을 뒤섞어 하나의 음악을
만드는 매시업(Mash Up)의 방법을 닮았다. 편안함이나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사람들이 찾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공통점을 발견하기 어려운
다양한 이미지나 오브제들이 회화, 영상, 설치 등 매체를 가리지 않는 작품
속에 새롭게 버무려져서 배치된다.

그런데 전시에는 매시업이라는 방법 이외에도 특별한 하나의 모티프가
숨어 있다. 전시장 안에 재배열되는 다수의 이미지가 어떤 전환이나 이행
의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작가가 선택한 영문 제목에서
잘 드러난다. 전시는 국문 제목 외에 Ghost White (#F8F8FF Opacity
75%)라는 영문 제목을 별도로 가지고 있다. 임영주는 국문 제목을 직역하
여 사용하는 대신에 차르르 커튼의 색상과 투명도를 병기하는 방법을 택했
다. 차르르 커튼이 유명해진 것은 그것이 색상과 투명도에 있어서 근래에
나타난 소비자의 수요를 절묘하게 맞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색상
과 느낌을 가진 기존의 쉬폰 커튼이 빛의 비침이 너무 많고 두께가 얇아 단
품으로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을 보완하여 적절한 원단을 찾아 제작한 것이
바로 차르르 커튼이 나오게 된 계기였다. 전시의 영문 제목은 어떤 점에서
쉬폰 커튼이 차르르 커튼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시각화하고 있는 셈이다.
전환의 순간은 임영주의 회화 연작 안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여
기에는 몸통의 절반 정도만이 하얗게 변화한 소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심
우도(尋牛圖)라는 불화(佛畫)로부터 작가가 도상을 차용하여 그린 것이
다. 심우도는 처음 선을 닦게 된 동자가 본성에 비유되는 소를 찾아가는 여

정을 열 개로로 나누어 그린 그림이다. 그 중 하나인 이 장면은 수도의 과
정에 따라 누런 소가 하얀 소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연작 중 다
른 그림에는 육계(肉髻)라 불리는 지혜를 상징하는 부처의 볼록하게 솟은
머리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또한 열반에 이른 부처에게 나타나는
신체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특정한 전환의 순간을 형상화하는 이미지이다.

그러고 보면 민간신앙으로부터 차용되어 전시장에 설치된 몇몇 오브제
들 또한 어떤 전환이나 이행의 순간과 연관된 것들로 생각된다. 전시장 곳
곳에는 금색으로 도색된 모형 북어가 걸려 있고, 한쪽 귀퉁이에는 임금 왕
(王)자가 거꾸로 적혀 걸려 있다. 이는 모두 민간신앙에서 액운(厄運)이나
귀신을 막기 위해 집안에 비치하는 것으로 북어와 임금 왕자는 이승과 저
승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물건이다. 인간의 신체를 대
신하여 미라를 닮은 북어를 귀신에게 속여 바치는 것이고 임금의 힘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다. 인간의 세계에서 귀신의 세계로, 또 반대로의 전
환이 여기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전환의 순간을 상징화하는 이 이미지와 물건들에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
다. 이는 바로 그 전환의 모습이 믿음의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느닷없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사실이다. 소가 수행을 통해 하얗게 변모하는
모습이 황당하게 보일 수 있는 것처럼, 상품에 끼어든 “차르르”라는 의성
어가 그 상품의 유행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뜬금없는 것으로 여겨진
다. 과거 미신의 산물이라고 말해도 좋을 북어와 임금 왕자를 우리는 보통
이사 들어간 집을 청소할 때와 같이 상당히 느닷없는 순간에 마주하게 된
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 물건과 이미지에 연결된 다양한 종류의 믿음
과 소망이 언제나 그 대상의 출처가 얼마나 자의적인 지와는 상관없이 그
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상품에 끼어든 “차르
르”라는 말의 느닷없음과 같이 모든 유행은 느닷없는 것이지만, 소비문화
안에서 유행의 힘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귀신이 정말로 북
어를 인간의 신체로 생각하는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이것의 존재는 최소
한 그 미신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위안을 준다.
한 때 주술적인 힘을 가졌던 물건들을 이곳에 매시업하여 재배치하는 임
영주의 방법은 그 전환과 이행의 마법에 빠져들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그
것으로부터 거리를 둘 것을 또한 요구한다. 그리하여 전시는 최면과 각성
의 양극을 오가면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금 이 장소의 의미에 대해 근
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글 김시습

사방四方이 남향南向인 4Bay구조입니다.
사방四方 팔방八方어느 구석도 죽지 않습니다.
일월성신日月星辰이 동시에 뜨면 소꼬리가 내려옵니다.
탈출脫出을 기원祈願합니다.